서은생각

주일 다음날

noonday 2012. 7. 9. 07:07

1.

한주일 내 자란 손톱 그대로 출근

출근을 '한다' 보다는
몸을 내맞기고 버스에, 지하철에 '실려온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정돈되지 않은 어제와 오늘




2.

눈을 감고 이어폰을 꽂은 채

얼마쯤 왔을까

 

이상한 기류 감지

눈을 번쩍 떠 보니

 

노약자석 부근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순식간에 전동칸 안에 탄 모든 사람들

긴장한 눈으로 한 곳을 응시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고

다만 그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계속 귀가 쫑긋 해진다


다들 신문을 읽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거나


각자의 모습대로 있는 듯 하지만

다들 귀는 소리가 나는 그 곳에 고정되어 있다

 

 

대화 (아니 말싸움)의 내용이 참 불편하다

중간에 잠이 깨 발단은 모르겠으나

할아버지의 주 대화 내용은

내가 나이도 많고 남자인데 어디 여자가 대드느냐 여자가 기가 세면 안된다

뭐 이런 내용이었고(물론 욕이 섞였지)

 

할머니(인지 아주머니인지) 도

내가 욕을 할 줄 몰라서 안하는 줄 아느냐 나도 여든 가까이 된 사람이다 왜 함부로 하느냐

(생면부지의 사람이 저렇게 욕을 해대면 가만히 듣고 있기 참 어렵겠다)

 

대화라기 보다는 폭언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을 한순간에 불안에 잠기게 한 것도 기분이 나빴다

 

 

그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면서

왜 그분에게 폭언을 해대며 '여자라면 고분고분'을 요구하는걸까

 

 

그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여자 도 아닐 뿐더러

그냥 '개인'인데 '타인' 인데

 

왜 밑도 끝도 없이 저런 언어폭력을 휘두르고 있을까

무슨 자신감이람

 

 

존중받을 대상이 없어 아무에게나 존중받고 싶은가보다

군림할(?) 대상이 없어 아무에게나 군림하고 싶은가보다

 

이상한 사람

불쌍하기도.. (그러기엔 너무 밉게 폭력적이었다만)

 

 

수 많은 제3자 들은(나를 포함한)

그저 바라볼 뿐

방관할 뿐

 

다시 자기들의 일상으로 제각기 흩어진다

 

 

 

3. 2호선으로 환승

을지로3가 할머니

 

진짜 오랜만

 

목소리는 여전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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