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주일 내 자란 손톱 그대로 출근
출근을 '한다' 보다는
몸을 내맞기고 버스에, 지하철에 '실려온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정돈되지 않은 어제와 오늘
2.
눈을 감고 이어폰을 꽂은 채
얼마쯤 왔을까
이상한 기류 감지
눈을 번쩍 떠 보니
노약자석 부근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순식간에 전동칸 안에 탄 모든 사람들
긴장한 눈으로 한 곳을 응시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는 않았고
다만 그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계속 귀가 쫑긋 해진다
다들 신문을 읽거나 휴대폰을 보거나
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거나
각자의 모습대로 있는 듯 하지만
다들 귀는 소리가 나는 그 곳에 고정되어 있다
대화 (아니 말싸움)의 내용이 참 불편하다
중간에 잠이 깨 발단은 모르겠으나
할아버지의 주 대화 내용은
내가 나이도 많고 남자인데 어디 여자가 대드느냐 여자가 기가 세면 안된다
뭐 이런 내용이었고(물론 욕이 섞였지)
할머니(인지 아주머니인지) 도
내가 욕을 할 줄 몰라서 안하는 줄 아느냐 나도 여든 가까이 된 사람이다 왜 함부로 하느냐
(생면부지의 사람이 저렇게 욕을 해대면 가만히 듣고 있기 참 어렵겠다)
대화라기 보다는 폭언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많은 사람들을 한순간에 불안에 잠기게 한 것도 기분이 나빴다
그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면서
왜 그분에게 폭언을 해대며 '여자라면 고분고분'을 요구하는걸까
그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여자 도 아닐 뿐더러
그냥 '개인'인데 '타인' 인데
왜 밑도 끝도 없이 저런 언어폭력을 휘두르고 있을까
무슨 자신감이람
존중받을 대상이 없어 아무에게나 존중받고 싶은가보다
군림할(?) 대상이 없어 아무에게나 군림하고 싶은가보다
이상한 사람
불쌍하기도.. (그러기엔 너무 밉게 폭력적이었다만)
수 많은 제3자 들은(나를 포함한)
그저 바라볼 뿐
방관할 뿐
다시 자기들의 일상으로 제각기 흩어진다
3. 2호선으로 환승
을지로3가 할머니
진짜 오랜만
목소리는 여전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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