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제 키의 서너 배 쯤 될 무렵
오늘도 긴 긴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쩐지 그리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터덜터덜 두 발이 멈춰서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참을 지나도.. 왜 오지 않는거지...??’
다른 차는 계속 오는데 제가 기다리는 그 버스만 보이지 않습니다.
날은 더운데 힘들고 지치고,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아무 버스나 탈 수는 없지 않은가?’
버스정류장에 이제 저 혼자 남았습니다.
멀뚱하게 서서 기다리는 일은 무척이나 지루합니다.
다리도 아팠습니다.
쭈그리고 앉아있다가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가..
주변엔 아무도 없고 차는 쌩쌩 달려 시끄럽고.
도시의 소음도 때로는 유익하더군요. 조그맣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두리번 두리번. 아무도 안오네.. 점점 더 크게 불렀습니다.
그렇게 연거푸 두 곡을 부르고 나니 저어기 버스가 보입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성큼 올라타 자리에 앉으니
창밖 너머 투명한 초록빛이 이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달리는 버스 안,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칼을 스칩니다.
어느새 입가에도 보일 듯 말듯 평안한 미소가 번집니다.
쉴만한물가. 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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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만한 물가 5월호의 원고 청탁을 받았다.
이번호의 주제는 십계명 중 제 1 계명인 "너는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매일 버스를 타다 보니
버스가 일상이 되었고
버스를 타는 시간은 어느덧 '묵상'하는 시간이 되었다.
'십계명'이라는, '신'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내가 묵상한 '제 1계명'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One way!
길고 지루한 여정일지 모르지만
다른곳에 눈을 두지 않고, 인내하고
또 잘 기다린 후에
그 안에 있어야만 내가 평안할 수 있고,
그제서야 웃을 수 있다는
내가 느낀 그 날의 기분을 같이 나누고자 했는데
글쎄,, 읽는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다.
안모박사님이 읽자마자
'근데, 이거랑 십계명이랑 무슨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
라고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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