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편의 에세이를 엮은 3900원짜리 작은 문고판
과거에 멈추어 있는 그의 글이 살아 담겨져 있다
전혜린이라는 이름으로 꽤 많은 수식어가 붙어있지만 그녀의 본질은 사실 회색 갱지에 코팅안된 페이퍼백처럼 꾸밈없는, 하지만 속은 꽤나 복잡한! 그런것 아닐까 싶다
2011년을 마감하는 이 때에 왜 갑자기 '전혜린'을 뒤지기 시작했을까?
어제 갑자기 교보문고 사이트를 뒤져 이책 저책 전혜린 이라는 키워드를 끌어모으고 약속시간 전 칼같이 광화문에서 픽업해서 경복궁으로 (4권이나 샀는데 티셔츠 한장값도 안되네...)
# 여성으로서의 좀 더 현실적인 삶에 관심을 갖게 된 발단이었나?
오래되어서 잘 기억나진 않지만 2003년 혹은 2004년의 어느날 두 편의 에세이를 읽고 흑백사진같은 검은 우울함이 꽤나 오래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1년
방송3사의 연말시상식을 하나도 보지 못해서인지 올해는 연말 기분이 좀처럼 나지 않는 지금. 이렇게 토,일을 보내고 나면 1월1일로 자동 리셋 되는 스톱워치같은 그런 정도의 기분이지만 나름의 올 한해를 정리하고 싶었나보다
올해, 특히 하반기의 화두는 ' 여성으로서의 삶' 이었다
목차에서 '옥인동'을 발견하고 무턱대고 읽기 시작한 난설헌 (첫장은 곱게, 하지만 끝까지 곱기만해 꽤나 진부하고 지루했던)
고미숙샘의 저서들 (날카롭게, 명료하게, 그리고 유머가 빠지지 않는)
그리고 마리아행전
'여성으로서의 삶에 관한 관심'
어설픈 페미니즘을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설계된 대로, 지어진대로
나는 어떻게 쓰여지도록 만들어진 존재이며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러한 삶의 물음에 대해 고미숙샘의 책과 마리아행전이 긍정의 답을 많이 주었던 것 같다
"세속주의 일각에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운동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결과는 오히려 여성의 지위를 침해하는 쪽으로 나타났다. 오늘날의 여성운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여성주의는 여성성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훼손시켰다. 자연스러운 성의 구별이 멸시되고 부인된다. - 중략 -
여성 평등주의는 결국 여성의 뛰어난 속성을 스스로 무시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성경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대로 성경은 여성을 여성으로서 존중하고, 여성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방식으로 가치를 실현하라고 가르친다. - 중략 -
성경은 뛰어난 여성의 특징을 언급할 때마다 항상 여성의 독특한 속성을 강조한다. 성경에서 뛰어난 여성들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력이나 지위가 남달라서가 아니라 여성의 독특한 인격을 온전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의 초점은 '성의 평등'이 아니라 여성의 탁월한 성품에 있다."
(존 맥아더. 하나님이 선택한 비범한 여성들. 2011, pp15-16.)
# 30대 여성의 이상, 현실의 삶, 그 사이의 번민들을 다시금 엿보고 싶었나. 이렇게 세세하게 개인적인 거의 모든 생각들을 풀어놓은 글이 흔치 않기에 그래서 전혜린을 다시 끄집어내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좀 더 세세하게 나의 삶을 들여다보고 들리는 이야기를 남겨보고 싶다
전혜린과 한가지 다르고 싶은 점이 있다면 그녀가 삶을 돌아보면 볼 수록 그 공허함에 깊이 파묻혀 버렸다면 나는 삶을 통해, 함께하는 이들을 통해 좀 더 밝은, 긍정의 의미들을 찾고 싶다는 것
한 인간의 삶이 다 거기서 거기인 듯 하지만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그것을 희극으로도 비극으로도 결정지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나를 많이 보고 싶다
그러나 나에게만 머물러 있지는 않고 싶다
아름다운, 그리고 아름답게 가꾸어 갈 30대
*딴소리
전혜린의 사진을 본 첫 인상은 '광대'
시오노 나나미처럼 유난히 돌출된 광대는
그의 열정
솔직하고 또 저돌적인(죽음까지도 직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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