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생각

오, 사랑

noonday 2012. 3. 12. 20:01
오, 사랑

고요하게 어둠이 찾아오는
이 가을 끝에, 봄의 첫 날을 꿈꾸네.
만리 넘어 멀리 있는 그대가
볼 수 없어도 나는 꽃밭을 일구네.

가을은 저물고
겨울은 찾아들지만
나는 봄 볕을 잊지 않으니

눈발은 몰아치고
세상을 삼킬듯이
미약한 햇빛조차 날 버려도

저 멀리 봄이 사는 곳,
오, 사랑.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날개가 없어도,
나는 하늘을 나르네.
눈을 감고 그대를 생각하면
돛대가 없어도,
나는 바다를 가르네.

꽃잎은 말라가고
힘찬 나무들조차
하얗게, 앙상하게 변해도,
들어줘. 이렇게
끈질기게, 선명하게,
그대, 부르는 이 목소리 따라,
어디선가 숨쉬고 있을 나를 찾아,

네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네가 틔운 싹을 보렴,
오, 사랑.



2004년 겨울 어느날
지은이가 직접 올린 글을 고스란히 긁어왔다.

줄 바꿈 하나
띄어쓰기 하나에도
운율이 있고 지은 의도가 있겠기에
그렇게 다시 읽어보고 들어본다.


가을 끝에서 겨울을 너머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의 첫 날을 향해 성큼 다가왔건만

어디에도 봄은 없고
뒤늦게 겨울처럼 매서운 바람이 불었고
차가웠고
지는 해에 눈이 부셨고


유독
눈이 부시고
시리고
차가웠던
오늘 퇴근길


참 고마웠던 시간이었어

안녕 안녕
아름다운 날들


언젠가 나의 노래도 이렇게 바뀌겠지만

오늘도 이 시린 바람을 타고
'오, 사랑' 을 부르며
하늘을 날듯 '마의 다리'를 또 한번 건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