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이 뒤바뀌는 현상 (2011.12.31 17:45)
"제발 저도 만두좀 주세요"
지난 수요일 할머니한테 갔다가 올라오고 계신 부모님을 위해
새해 아침 손수 떡국을 끓여드리겠노라 결심하고 떡국에 넣을 만두를 위해 자하문 모 손만두집으로 향했는데
아.. 길게 선 줄, 게다가 사람들이 무더기로 세판, 네판씩 사가고 직원분은 연신 '기다리세요, 기다리세요'만 외칠 뿐
급기야 눈앞에서 만두가 품절될 위기에 처하자 다급한 마음에 슈렉 고양이같은 눈빛 연기를 펼치며 한마디
'제발 만두좀.. ' 굽신굽신
다행이도 포장 담당 아주머니에게 어필해서 어렵게 만두 한봉다리 획득! 크크
뭐 이렇게까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옛날의 나역시 그렇게 생각했을수도 있지만)
"품절이 가장 두렵죠"
돈이면 다 될 것 같지만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으니까. 특히 그 가치가 돈보다 상위에 있는 것들
품절된 책, 이건 답이 없다
만두도 마찬가지
굽신굽신이 없었다면 1월 1일 만두가 들어있는 떡국을 먹을 수 없었을지도. 1월 1일에 먹는 떡국과 3일에 먹는 떡국이 같을 수는 없으니 필요한 사람이 굽신굽신 해야지 ㅋ
"갑과 을이 뒤바뀌는 현상"
실질적 갑, 을은 비용지출의 방향이 아니라 베품의 방향으로 정해진다. 키를 쥐고있는 사람이 '갑',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을'
최근 전자저널시장의 판세만 보아도 그렇다. 계약서 상으로는 기관이 갑, 제공업체가 을 이지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출판, 배포권을 가진 독점 퍼블리싱그룹이 '갑', 천단위, 억단위를 지불하면서도 아쉬운 도서관이 '을'
나 역시 직장 안에서 갑, 을의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피고용자 이지만, 지적노동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맘 먹기에 따라 '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비단 직장 뿐 아니라
삶의 곳곳에서
꼭 필요한 사람, 없어서는 안될 사람
내년은 '갑'의 마음으로 살아가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