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생각

[도서] 슈만과 클라라 2004.10.01 00:07

noonday 2012. 2. 4. 19:57
(cyworld 2003-2012)

슈만과 클라라 = Clara Schumann : an artist's life.
Berthold Litzmann 저 ; 임선희 역.
서울 : 우석, 1998.

어제 저녁 게시판에 글을 쓰다가 한번 엉겨버렸다.
내 언어능력이 너무나도 부족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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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의 아버지는 딸이 슈만과 결혼하는 것을 완강히 반대했었다.

슈만의 음악성은 인정했지만 사위로 맞아들이기엔 부족하다고 여겼고, 그의 어머니가 정신병으로 죽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고, 또 그당시엔 문제거리도 아니었겠지만 내가 보기엔 나이차도 좀 많다.

두 사람을 떼놓기 위해 아버지 비크는 별별짓을 다 하고 딸에게 인정머리없는 모습까지 보였지만
너무너무 사랑했던 이 커플은 결국 혼인청구소송을 내기에 이르고, 승소하여 결혼하게 된다.


이 두 사람이 연애하면서, 또 결혼 후에도 계속 서신을 주고 받았는데
(번역하는 말투 때문일가?) 시가 줄줄 나온다.
기품있는 닭살이라고 해야할까나.

음악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둘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너무 행복하면 신이 질투하는 것일까?
로베르트 슈만은 일곱이나 되는 아이들을 남긴 채 젊은 나이에 장인이 우려하던 정신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때부터 이 고고한 여인 클라라는 7명의 아이를 책임질 억척스런(이라고 하기엔 우아한) 어머니가 된다.
슈만이 남겨놓은 유산이 꽤 되었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그 재산에 손대지 않고 다시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다.

당시 음악계로서는 훌륭한 연주자가 다시 복귀한것이 기쁨이었겠지만
육아와 생계를 책임지는 이 여인의 어깨는 얼마나 무거웠을까?
하지만 이 여인은 아마도 기쁘게 음악을 연주했을 것 같다.
그녀의 대부분의 지식이고 삶이 음악이었으니까.

클라라는 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했던 사람이지만
한편 른다섯에 남편을 잃고 일흔 일곱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자식을 (둘인가 셋인가) 앞세워 보낸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다.


누구에게나 행복과 불행은 각각 똑같은 양으로 주어지는 것 같다.
둘 중 어느 하나를 더 깊이 느끼느냐에 따라 인생이 행복과 불행으로 나뉘는 것일 뿐...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좀 뚱딴지같다.

첫째, 누군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쌍심지를 들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모님처럼 가까운 사람이라면 더욱!)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있다.
누구나 완전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자기 자신을 너무 맹신하지 말기를..

둘째, 오래도록 남고 싶다면 연주자가 아닌 작곡가의 길을 택해야 한다.
훌륭한 작곡가는 길이 남아도 훌륭한 연주자는 오래 남지 못한다.
당대 크게 이름을 떨친 클라라를 무슨수로 기억할 수 있을까? 지금같이 공연실황 레코드도 없고 말이다.
슈만의 악보는 그대로 재연할 수 있지만 클라라의 연주에 대한 기사만 보고 그 느낌을 재연할 수는 없다.

뜬금없는 얘기기는 한데, 대중가요의 저작권도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곡자에게 있다.


그리고,
이 부부처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행복한 날보다 힘겨운 날이 훨씬 더 길었지만(불쌍한 클라라..)
진실로 행복하게 평생을 살았을 것 같다.